휘발성이 높은 기억력을 지녔기 때문에 입사까지 남은 시간 동안 그나마 남아 있는 대학생활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글을 쓰고자 하고, 첫번째는 지금까지 해온 인턴들에 대한 기록을 하고자 한다.
운 좋게 학교 추천으로 SK텔레콤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체험형 인턴(당시 이름 T-Worx)에 합격했다. 지원할 당시에는 'e스포츠 사업개발' 관련 일이라고 써 있어서 겜덕인 면모를 살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쓰고 지원했는데, 다행히 그 점이 어필이 된 것 같다. 원랜 NDA 때문에 2년 동안 내용을 발설하면 안된다고 들었고, 그래서 여기서 무슨 일을 했는지도 함구하고 있었는데 시간도 많이 지났고, 내가 했던 일들이 거의 다 구현됐고 하니 조심히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Unicorn labs는 당시 CEO 아래에 있는 직속 사업개발 부서(?) 같은 위치였던 걸로 기억하다.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긴 사업 프로젝트별로 Cell로 나누어져 일해서, 다소 스타트업 같은 자유로움과 유동성이 존재했다. 우리 팀은 당시, 현재 Comcast와 SKT T1의 합작법인인 SK Telecom CS T1를 창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사실 그 처음 시작할 당시엔 Comcast와의 관계가 정해져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SKT T1의 수익성을 극대화/사업모델 다변화, 그리고 JV를 위한 투자를 유치하는게 주 업무였다.
내가 맡은 주요 업무는 4가지였다.
1. T1의 신규 국가 진출을 위한 게임 물색/신규 창설 보조/ 신규 게임단 매니지
2. T1을 위한 신규 사업모델 아이디에이션
3. T1 비디오 컨텐츠 방향성 설정/초기 기획
4. 투자 유치를 위한 자료 제작 및 번역
사실 1, 2번이 주요했고, 3번은 인턴 후반부에 많이 했다. 4번은 부탁받을 때마다 간간히 한 일로, IR 자료를 만드는 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겜덕으로서 만족감이 높았던 일은 단연코 1번 일이었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에 맞는 게임을 물색하고, 그 게임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하고, 그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을 게임사와 컨택하여 등록하고 출범하는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정식 매니저가 생기기 전까지 영어를 하는 매니저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당시 T1의 신규 게임 팀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내가 임시로 맡았는데, 선수 분들의 일정을 따라 다니며 통역을 하는 것도 나름 재밌었다. 촬영에 따라다니며 롤팀 선수들도 만날 수 있었어서 꽤나 신기했다. (사실 덧붙이자면 따라다니면서 팬들에게 괜히 안 좋게 보일까봐 이것저것 여러모로 조심하면서 다녔다) 매니징 자체는 크게 어렵진 않았다. 초반엔 롤슼처럼 엄청 스케줄이 많은 때도 아니었고(나중엔 좀 바빠졌지만) 하스스톤 리그가 그렇게 복잡하진 않아서 규정 몇번 정독하면서 외우고, 선수들이랑 얘기해보고, sns 원래 하듯 조심히 운영하고 그냥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내가 받은 일을 하다 보니 다행히 큰 실수 없이 흘러 갔던 것 같다. 글고 덕분에 유럽 영어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아, 그리고 18년 말 당시 롤팀이 새로 선수들을 뽑는게 팬들의 굉장한 관심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계약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돌아가는구나!하고 신기해했던 기억도 있다. 그 덕분에 라이엇이나 블리자드에도 방문해보고, 실제 e스포츠 사업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하고 배웠다. 그래서 사실 이 인턴이 끝날 당시에는 e스포츠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도 확고해졌었다 ㅋㅋ (지금은 시기를 미뤘지만) 아, 그리고 게임 선수들은 내 예상과 다르게 굉장히 친절하고 열정적이었다. 원래는 그냥 내 주변 겜돌이들과 다를게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도 더 게임 자체에 진중해서 역시 직업으로 하게 되면 다르구나~ 했던 기억도 있다. 직원분들과 LCK 관람도 하고, 롤드컵도 마침 한국에서 해서 즐겁게 관람한 기억도 있다. + 울프님이 무지 친절하셨다. 돌슼 선수분들 처음 만나는건데도 영어로 대화하려 해주시구 어색하지 않게 해주셔서 나도 옆에서 즐겁게 통역했다.
내가 매니징 했던 하스스톤 팀의 창단식
불리자드 방문했을 때
사실 컨설팅이라는 나의 진로에 더욱 크게 도움이 된 일은 2번 일이었다. 사실 이 당시는 경제학만 알고 있고, 경영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회계 재무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신규 사업 아이디에이션을 하더라도 그것의 P&L을 분석해서 타당한 사업인지 검토하고, 실제 예산을 짜고 토의하는 일은 굉장히 생소했다. CAPEX OPEX도 처음 듣는 단어인데, 누군가에게 물어가며 배우기엔 당시에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앞서서, 학교 도서관에서 회계 책을 빌려가며 대조해가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리님과 낸 여러 아이디어들 중 실제로 실현된 것들도 몇개 있어서 지금 돌아보면 굉장히 뿌듯하다. 당시에는 이런게 될까? 싶었는데 지금 멀쩡히 잘 굴러가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업계 전문가의 인사이트는 다른 것 같다... 현재 실적이 어떤지는 전혀 알 길이 없어서 그게 좀 아쉽다. 정말 working 하고 있을까? 디지털 자산을 갖고 하느라 크게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 많으니 어떨지 궁금하다. 당시 P&L 추정과 BP를 조사하느라 타 e스포츠 구단에서 더 나아가 타 스포츠, 타 산업 등 여러가지를 조사하기도 했는데, 그걸 보면서 이종산업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걸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일을 했는지 더 자세하게 쓰기엔 조금 조심스러운 감이 있어서 생략하겠다.
팀원들 :3
5개월 간의 인턴 끝에는, 약 120여명? 가량의 인턴 중 활동우수자로 선정되어 상을 받기도 했다. 어떤 인턴 동기들은 R&R이 적어서 아쉬워 하던데, 나는 정말 좋은 상사분들과 멘토님, 그리고 좋은 팀에 배정되어 과분한 역할을 받아 일을 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비록 야근을 하려면 며칠 전부터 결재를 받기 위해 싹싹 빌어가며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나는 야근이 너무너무 하고 싶을 정도로 일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활동우수자 발표할 때 사진
수료증과 우수상
사실 이 일을 할 당시에는 컨설팅을 희망하지 않았다.
이 일이 끝날 당시에는 e스포츠 혹은 게임 쪽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일과 취미가 같아지면 힘들다고 하지만, 난 일을 하며 굉장히 즐거웠고 만족감이 높았다. 다만, 이 산업 자체에 있는 어떠한 고질적인 문제나, 내가 실현하고 싶은 어떠한 새로운 BM이나 e스포츠 관련 사업들은 내가 주니어로서 시작해서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들었다. 그리고 내가 재밌는건 너가 인턴이어서지, 정규직이 되어 전담을 해보면 다를 수도 있다는 언니의 일침도 있었다 ㅋㅋ
무튼 첫 인턴을 SK텔레콤과 같은 좋은 기업에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와 관련해 첫 인턴으로서는 과분할 정도의 R&R을 갖고 일할 수 있었어서 정말 운이 좋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https://blog.naver.com/bunibuni7979/222337662641
[인턴 01] SK텔레콤 Unicorn Labs (+ SKT T1) 인턴십
휘발성이 높은 기억력을 지녔기 때문에 입사까지 남은 시간 동안 그나마 남아 있는 대학생활에 대한 기록을...
blog.naver.com
원래 네이버에 쓰고 있었는데 친구가 티스토리에도 써보라 해서... 옮기는 중
'컨설팅 Consul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B/전략컨설팅] 준비방법 - 3 (Case편 02: 케이스 스터디) (0) | 2021.07.13 |
---|---|
[MBB/전략컨설팅] 준비방법 - 2 (Case편 01: Framework) (2) | 2021.07.13 |
[전략컨설팅, MBB 합격하기 2021 ver] 준비방법 - 1 (2) | 2021.07.13 |
[인턴 04] 사모펀드 인턴 (Private Equity) + 면접 준비 + breaking into wallstreet (614) | 2021.07.12 |
[인턴 02] 가우디오랩 인턴 (Gaudio Lab) (0) | 2021.07.12 |